지난 5월 26일 새벽 1시 경 전남 장성군 효사랑요양병원 별관 2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6분 만에 화재는 진압됐지만 21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를 낳았다. 갑작스런 방화로 인한 화재라지만 피해 규모가 너무 컸다. 당시 34명의 환자가 있던 2층 병동에 당직 근무자는 한 명.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대피시키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사회복지시설 안전관리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제1회 복지사회정책포럼’이 개최됐다. 발제를 맡은 최규출 동원대학교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고를 언급하며, 사고에 적절히 대응할 인력이 부족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경영상의 이유로 많은 사회복지시설이 인력 확충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제2, 제3의 장성 요양병원 사고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어 보인다.
최 교수는 “대부분의 시설에 안전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지만 일부 시설에서 아직도 문제점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소화기‧스프링클러 등 소화 장비 및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하면, 피난 계단이 막혀있는 등 제대로 피난로 확보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시설, 규정만 준수하면 된다? 최 교수는 특히 ‘피난용 구조대’를 언급하며 피난장비 설치 의무규정에서 구조대는 제외할 것을 촉구했다. 구조대는 화재시 계단을 이용한 탈출이 어려울 때, 창문이나 옥상에서 지상으로 피난하도록 돕는 긴 자루형 장비다.
그는 “경사형 구조대는 사용시 지상과 45도 각도를 이뤄야 하는데, 건물 간 간격이 좁은 도심에 들어선 시설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겠냐”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창문이 좁은 곳 등 유사시 실제 사용할 수 없는 곳에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안전이 목적이 아닌 규정만 준수하면 된다는 식의 행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규정에서 구조대를 제외해야 시설별 특성에 맞는 유효한 피난 시설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상의 문제, 외국의 경우는 어떨까? 제도상의 보완점도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 사회복지시설 전반이 노인과 아이들이 사용하는 ‘노유자 시설’로 지정돼 있다. 최 교수는 “소방대상물의 분류방법이 모호한 상태로 일률적인 법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재실자를 중심으로 분류해 시설별 화재 및 피난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
도심에서는 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등이 상가 2층 이상에 위치한 것도 적잖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는 보호용도와 상업용도 공간이 인접한 경우 그 사이의 벽은 2시간의 내화성능을 가지도록 한다. 시설에서 지상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도 따로 마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우리의 경우 소화‧경보‧피난설비 설치 규정을 시설의 면적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수동식 소화기마저도 연면적 33㎡ 이상 시설에서 구비하도록 돼 있다. 스프링클러는 연면적 600㎡ 이상 시설에, 자동화재속보설비는 면적 500㎡ 이상인 층에만 적용된다. 소방시설 종합정밀점검도 5000㎡ 이상의 사회복지시설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 소화기, 자동화재속보설비 등은 사회복지시설의 면적이나 건축 구조에 관계없이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스프링클러도 연면적 275㎡ 이상 시설물에 설치하도록 돼 있어 우리나라 기준 면적의 절반도 안 된다. 종합정밀점검도 면적에 관계없이 실시토록 돼 있다. 소방안전관리자는 수용 인원 10명 이상인 시설에 두도록 하는데, 우리는 ‘400㎡ 이상’의 면적기준으로 적용하고 있어 차이가 난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최 교수는 먼저 소방관계법령상 소방안전시설기준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 규정상의 면적 기준을 없애고 모든 사회복지시설에 일괄적으로 적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노인, 중증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물의 경우 향후 시설 신축 시 저층화를 유도할 것도 덧붙였다. 불연재‧내연재 시공을 의무화 하는 것은 물론이다.
모든 시설에 소방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선임할 것도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전국 소방학과 학생이 약 3,000명 정도인데 이들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시설에 경로당 등 관련시설까지 합하면 그 수는 13~14만 개소에 이른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최동익 국회의원은 ‘Safety’, 즉 물리적 안전뿐만 아니라 범죄‧빈곤‧아동학대‧왕따 등 ‘Security’의 측면도 강조했다. “결국 사회복지가 추구하는 것은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사회안전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다음에는 이러한 부분도 논의되길 바랐다.
제1회 복지사회안전포럼은 김명연 안산 단원구 갑 의원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공동주최로 마련됐다. 사회복지협의회에서 내부적으로 진행하던 ‘복지포럼’을 확장 전환한 것이다. 앞으로 분기마다 개최, 다양한 사회복지 안전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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