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후편)
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후편)
불금엔 야독(夜讀), “북티크에서 책과 놀아요”(후편)
2016.02.16 20:18 by 강연우

“동네서점은 오래 사귄 친구의 집과 같다.” (작가 피코 아이어)
친구의 집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전국에 남은 서점 1624곳(2013년 기준), 10년마다 4곳 중 1곳이 문을 닫는다. 이런 ‘종이책 멸종 시대’에 살아남은 동네서점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눈물 나는 분투기와 훈훈한 사람 냄새가 함께하는 그곳. 동네서점의 문을 열어본다.

“불타는 금요일 밤, 우린 도심 속 오아시스를 향한다.” 밤을 잊은 독서광들의 아지트, 동네서점 ‘북티크’에서 심야 독서와 토론을 만끽해보자.

심야서점으로 유명해진 북티크. 하지만 이것만으로 이 책방의 매력을 다 설명하긴 힘들다. 북티크의 진면목을 알려면, 서점 벽면에 빽빽이 붙은 일정표를 봐야한다. 강연회, 북 콘서트, 낭독회 등 책 관련 행사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이번 달 역시 경제학 강의, 철학 강의 등 저자와의 만남이 하루걸러 잡혀있다. 주로 출판사와 논의해 강연일정을 잡는다. 반응이 좋은 책은 출판사의 협조 아래 저자를 초대하는 방식이다. 

책방을 방문한 손님들이 남긴 위로의 말과 그림이 메모장에 빼곡하다. 주 고객층인 직장인을 위한 북티크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서점 내에서 운영 중인 '독서모임' 요청에 따라 강의 일정을 잡는 경우도 있다. 이번 주(17일)에 있을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저자 특강도 월요 독서모임 ‘지적 감성’의 열렬한 요구로 이뤄졌다.

북티크의 모든 공간은 오롯이 책과 독자를 위한 공간이다. 서점 인테리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곳에선 매달, 그 달의 작가와 책을 선정, 서점 인테리어로 활용 한다. 지난 1월의 작가는 <나의 투쟁 Ι >을 지은 ‘크나우스고르’. 그래서인지 작가의 얼굴과 연혁이 박힌 사진이 서점 벽면을 감싸고 있다. 오는 28일에는 <나의 투쟁 Ι >을 읽은 독자들, 읽고 싶은 독자들이 감상을 나누는 ‘독자의 밤’ 행사도 기획돼 있다.

1월의 작가로 선정된 크나우스고르의 사진과 작품 설명이 서점 내벽에 붙어있다.

책을 매개로 한 이벤트도 다양하다. 지난해 연말엔 싱글 남녀를 위한 만남 행사를 열었다. <크리스마스 3주 전, 그 밤>이라는 이름을 달고, ‘책 읽는 싱글 남녀’를 20명씩 모집했다. 책을 미끼로 미팅을 주선한 셈이다. 반응은 기대이상. 당초 10명이었던 참여 인원을 두 배로 늘려야 했을 정도다. 여성 쪽에선 60명이나 지원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엔 ‘싱글끼리 모여 놀자’ 파티를 열었다. 사실 이 행사는 여자 친구가 없는 서점 주인장을 위해 직원들이 특별히 마련한 것. 에세이 ‘혼자여도 괜찮을까’의 저자가 싱글을 위한 연애학 특강을 열고, 이어서 참가자들이 들고 온 음식과 함께 파티를 진행했다. 밤 10시부터 크리스마스 새벽 6시까지는 다 같이 묵독(소리 내지 않고 읽기)을 했다.

“여자 친구가 없으니까 크리스마스에 딱히 할 게 없더라고요… 그런데 직원들 덕분에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죠.(웃음)”

(박종원 대표)

"크리스마스가 언제부터 커플들의 날이었나"라는 반발심으로 기획한 크리스마스 ‘싱글끼리 모여 놀자’ 파티 현장. (사진: 북티크 제공)
지난해 12월에 열린 와인파티 참가자들이 셀프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 북티크 제공)

북티크를 가장 특별하게 하는 건 역시 '독서모임'의 존재다. 1년 전, 단 2개로 시작했던 북티크 독서모임은 어느덧 14개로 늘었다. 인문·사회학 도서 중심의 ‘월요 지적 감성’, 경제·경영학 도서를 읽는 ‘월요 캐쉬 플로우’, 역사서만 파는 ‘일요 히스토리’ 등 장르도 다양하고, 영화‧음악 등 다른 분야와 소통도 활발하다.

“혼자 읽었을 때 다 이해되지 않던 내용이 채워지는 느낌이에요.”

북티크 독서모임에 참여한 지 6개월, 대학생 김동건(28)씨는 “이제 책을 대충 읽는 일이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구절은 밑줄을 치고, 정말 좋다 싶으면 받아 적기도 한다. 다른 모임원들에게 말해주고 싶어서다. 당연히 모임도 빠지는 법이 없다.

김씨가 있는 ‘월요 지적 감성’은 인문학 독서 모임이다. 리더가 2주에 한 권의 책을 지정하는데, 국내 독자들에게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이나, 은근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 위주로 까다롭게 선정한다. 모임은 8명의 회원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하는 방식. 김씨는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나서 독서량이 두 배 늘었다고 한다. 단순히 양만 늘어난 게 아니다. 김씨는 "모임원 8명이 같은 책을 봐도 각자 다른 걸 느껴오기 때문에 같은 책을 8번 읽는 기분"이라며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다른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북티크 세미나실에서 진행되는 독서 모임 현장. (사진: 북티크 제공)

일요일 모임 ‘책은 도끼다’와 토요일 ‘묵독 모임’에 참여 중인 김미연(가명·33)씨는 “독서모임의 가장 큰 장점은 책 내용의 숙지"라고 했다. 김씨는 “각자 읽은 책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하는데, 이게 낭송의 개념이라 책을 다시 씹어 먹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 서점 단골 김정현(31)씨는 "북티크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만나는 '광장' 같은 곳"이라고 했다. 

매주 금요일 심야서점을 찾는 김정현(31) 씨. 그에게 북티크는 책과 독자, 독자와 작가가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광장"이다.

“사실 원래 독서모임만 할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서점은 독서모임을 하기 위해 필요했던 공간인셈이죠."

2년 전, 박종원 대표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될 때만 해도, 주 사업 모델은 독서모임이었다. “책 안 읽는 건 엄연히 사회적인 문제”라고 믿는 박 대표는 책 읽기 문화를 장려하는 공동체를 꿈꿨고, 모임의 안정화를 위해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덕분에 사업은 서점까지 확대됐다. 진흥원에서 받은 지원금 역시 모두 서점으로 투입됐다.

“제가 추구하는 건 대형 서점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에요.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이 아니라 독자를 발굴하고 문화 사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책방이죠.”

걸림돌도 많다. 특히 수익성 고민이 만만치 않다고.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서 오롯이 서점만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오픈하고 초반 3개월은 월세만 간신히 낼 정도였다”고 할 정도. 박 대표는 유료로 진행하는 독서모임, 북 콘서트 입장료 및 대관비 등으로 이 부분을 충당했다. 쉽게 버는 돈은 아니다. 유료 행사인 만큼 준비가 철저하다.

최근 박 대표의 관심은 독서모임의 리더를 양성하는 것. 독서모임에서 리더의 역할은 절대적이라고 한다. 모임 전반을 관리하면서 매달 지정도서를 정하고 의견 조율도 해야한다. 김동건씨는 “처음에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이야기를 이끌며 중재하고 발언권을 분배하는 역할이 리더의 몫"이라며 "독서 모임의 성패는 전문적인 리더가 있냐, 없냐 차이로 갈리는 것 같다”고 했다. 

독서모임 리더 양성은 이런 부분을 감안한 것. 지난 10월부터 신청서를 받아 1월에는 공식모임까지 가졌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리더 중심의 독서모임을 지속적으로 계속 확대시킬 예정이다

“독서모임 리더를 전문화된 직업으로 만들려고요. 독서모임만 해도 먹고 살 수 있게끔 하려는 거죠. 리더를 통해 비독자가 독자가 되고, 독자가 다시 리더가 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어요"

'책이 필요한 순간 북티크' 지하2층에 자리한 북티크 입구. 북티크에서 있는 모임, 행사, 대화의 주제는 항상 '책'이다.

박 대표는 앞으로 북티크 2, 3호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서가에 있는 책도 5천권 규모로 늘릴 예정.(현재 300권 수준)

“책의 힘을 통해 많은 것이 바뀔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성 있고 화려하지만 내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공간을 많이 만들겁니다. 독자도 늘려나갈거고요. 책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이 완성된다고 믿으니까요.”

안 읽고는 못 배길 걸, 북티크의 추천 도서!

추천책

<백희성, 보이지 않는 집>

성에 담긴 수수께끼를 독자가 파헤치면서 읽는 흥미로운 소설. 프랑스 건축가인 작가가 7~8년 동안 아름다운 집만 찾아다닌 경험이 소설 곳곳에 녹아 있다. 입문독자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다음이야기충북 충주시에도 특별한 동네서점이 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시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 동네서점, '글터서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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