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건강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수면입니다.”
세계수면학회(World Sleep Society)에서 발표한 올해의 슬로건이다. 실제로 우리 몸은 자는 동안 회복과 충전이 이뤄진다. 온갖 피로와 스트레스에 찌든 현대인에게 양질의 잠이 필수적인 이유다. 하지만 늘 마뜩잖다. 지난 3월 ‘세계 수면의 날’을 기념해 전 세계 2만 명에게 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0%이상이 “낮은 수면의 질로 삶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국내 역시 지난해 불면 증상이 심각해 병원치료까지 받은 사람이 116만 명이나 된다. 불면의 밤은 여지없이 만성피로, 두통, 인지기능 저하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
‘슬립테크’, ‘슬리포노믹스’ 등 잠을 위한 비즈니스 무대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연평균 22%씩 우상향하는 유망 시장으로, 웨어러블 기기부터 기능성 침구, 수면 진단 플랫폼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기업, 빅테크 등 거대 자본이 ‘꿀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 스타트업의 ‘뾰족한’ 솔루션도 눈길을 끈다. 여전히 개척할 것이 많이 남아있는 시장의 특성은 혁신 창업기업의 모멘텀이 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전시회인 ‘CES’에서 2년 연속 혁신상을 수상했던 ‘올리’는 빛을 통해 잠을 다스리는 기술을 선보이는 스타트업이다. 동시대가 겪고 있는 수면 문제를 480나노미터 파장대의 빛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것. 잠과 생체 리듬에 관여하는 세포가 반응하는 파장대의 빛을 통해 멜라토닌 활성을 돕는 원리다. 회사 관계자는 “통상 겨울에 우울감을 많이 느끼는 것도 부족한 일조량과 그로 인한 수면 곤란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면서 “자연의 빛을 기술로 구현한 제품의 도움을 받으면 수면의 질을 높여 일상의 활기마저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리가 빛을 활용한다면, 스타트업 ‘뉴아인’은 빛에 전기까지 동원한 기술로 꿀잠에 도전한다. 이 회사는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첨단유망기술육성사업’에서 바이오의료분야 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됐는데, 그 연구과제명이 바로 ‘수면 뇌회로 조절 기반 수면장애 치료용 웨어러블 전자약 개발 및 검증’이다. 쉽게 말해 꿀잠을 돕는 전자약을 개발하겠다는 것. 이들의 솔루션은 광자극과 전기자극이라는 두 가지 복합 자극을 기반으로 한다. 광자극으로 수면 압력을 조절하고, 전기자극으로는 뇌의 과활성을 조절하여 수면장애 치료를 유도하겠다는 취지. 김도형 뉴아인 대표는 “기존 치료 방법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수면장애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면 측정 앱 ‘슬립루틴’을 제공하고 있는 ‘에이슬립’은 인공지능(AI) 기반 수면 측정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다. 수면 중 숨소리만으로 수면 단계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수면 저호흡증이나 무호흡증 같은 증상도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또는 마이크가 설치된 스피커, TV 등 기기만으로도 활용가능한 서비스라 범용성이 높다. 현재 에이슬립은 해당 기술을 LG전자 등의 스마트가전과 결합하여 선보이고 있다.
자사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해 수면 장애 극복에 일조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뮤직테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포자랩스’는 최근 시니어 불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공지능 수면음악 30곡을 특별 제작하여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NUGU)’에 탑재했다. 허원길 포자랩스 대표는 “수면음악은 조성, 박자, 템포 등이 정확히 대칭을 이뤄야 하며, 정교한 규칙도 필요하다”면서 “이를 고려해 수학적으로 설계한 인공지능 수면음악이 탁월한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