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눔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나눔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2014.07.07 20:18 by 황유영
캄보디아의 맨 얼굴을 담는 1인 NGO, 사진작가 임종진  

"쓰임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방향으로 사용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사진도 폭력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카메라를 든 사람이 가진 의지와 사상이 결과물에 고스란히 반영이 되기 때문에 어떤 사진은 사람을 살리고, 어떤 사진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믿는다. 1인 NGO로 활동하고 있는 임종진 사진작가의 얘기다.

두렵고도 진지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든다고 하는 임 작가의 사진은 사람과 자연 모두 맨 얼굴 그대로다. 뷰파인더를 바라보며 작가의 마음대로 규정하거나 재단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명함에서 본인을 사진 치료사라고 소개하고 있다. ‘힐링’이라는 단어는 그의 사진에 꼭 들어맞는 이름이다.

 

크기변환_임종진씨


  ㅣ신문사 기자 그만 두고 캄보디아로 떠나다  

임종진은 최근 사진집 『캄보디아의, 흙 물 바람 그리고 삶』(오마이북)을 펴냈다. 10년간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만난 사람, 땅 그리고 그들의 삶을 담아냈다. 세계 3대 극빈국으로 꼽히는 캄보디아를 생각하면 가난으로 고통 받는 어린 아이들의 까만 눈망울이나 킬링 필드 등 아픈 면면들이 떠오르지만 임종진 작가의 사진에는 평범하고 소박한 그들의 삶이 담겨있다. 위에서 바라본 동정의 대상이 아니라 같은 눈높이에서 마주한 생생한 삶이다.

“캄보디아가 가지고 있는 가치, 땅의 가치, 삶의 가치를 생생히 전해주고 싶었어요. 캄보디아는 분명 가난한 나라지만 생생한 사람들과 아름다운 삶이 있어요. 이 나라가 가진 가난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먼저 보여주고 싶었어요.”

캄보디아와 임 작가의 인연은 10년 전 시작됐다. 언론사 기자로 살면서 사진의 한계에 대해 고민하던 찰나 캄보디아 에이즈 환자 센터의 요청으로 현지를 찾았다. 단단히 마음을 먹고 갔지만 막상 현장에서 마주한 현실을 잔인했다. 그동안 쌓아왔던 껍데기가 벗겨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캄보디아에 가기 전에 단단히 마음을 먹었어요. 환자들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서 도와주겠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말기 에이즈 환자의 초점 없는 눈빛을 보자마자 굉장히 놀라 뒷걸음질 쳤어요. 제 오만함과 허위들이 완전히 드러난 순간이었죠. 이후 매년 캄보디아를 찾았고 봉사활동이 아닌 자원 활동가로 와 달라는 부탁을 받고 신문사를 그만 두고 그 나라로 떠났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찾은 캄보디아는 임 작가에게 새로운 고향이자 새 인생의 전환점이다. 지뢰 피해 장애인 기술센터, 에이즈 환자 센터, 곳곳의 도시 빈민촌 등지를 찾아다녔다. ‘달팽이 사진관’이라는 이름의 무료 사진관을 운영하고 빈민촌 탁아소를 만들었다. 가족 사진을 찍어주면 세상 모두를 가진 듯이 기쁘게 웃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마주하면서 사진의 쓰임에 대한 고민이 일정한 방향을 잡아 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 사진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방향성을 심어준 곳이 캄보디아입니다. 기자로서 소외되고 아픈 사회의 단면을 직설적으로 조명했다면 이제는 사람을 먼저 바라볼 줄 알게 됐어요. 사람을 조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을 전하려고 합니다. 기자 시절의 임종진과 지금의 임종진은 전혀 다른 사람이에요.”

 

임종진2


  ㅣ"타인의 삶이 가진 무게를 생각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임종진 작가는 달팽이 사진관과 달팽이 사진골방을 운영하고 있다. 달팽이는 그의 별명이다. 느리고 깊게 사물을 바라보는 삶의 태도가 달팽이라는 별명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천천히 바라보며 사진을 촬영하는 ‘나’와 찍히는 대상을 깊게 성찰할 수 있는 과정이 사진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사진의 쓰임을 확장시키는 일에 관심이 많다. 사진 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임 작가가 5.18 피해자, 장애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직접 경험한 치유의 과정은 그에게도 깊은 영감을 전달해 줬다.

잔인하게 버려진 소녀의 죽음을 목도한 후 5월 광주 거리로 나갔던 한 고문 피해자는 임종진 작가와의 작업을 통해 소녀의 죽음과 마주했던 장소를 수 십 년 만에 찾았다. 기억이 떠오를까 두려워 피해야 했던 상처의 장소와 기어이 마주하게 된 백발의 노신사는 눈물을 쏟아냈다. 그리고 사진에 현장을 담았다. 상처를 제대로 바라본 것만으로도 치유의 첫 단추를 꿰었다고 임 작가는 믿는다.

“몸에 난 상처를 바라보지 않으면 당장 마음은 편하겠지만 상처는 곪아터지게 되요.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도구로 카메라는 효과적이죠. 사진은 자기 확인의 도구에요. 지금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면 맛있게 먹은 음식, 좋아하는 사람, 기억에 남기고 싶은 장소들이 있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어떤 것에 반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증명하는 일이에요. 그래서 느리고 깊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임종진은 ‘쓰임’이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진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그이기에 사진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지는 폭력을 바라볼 때 가슴이 아프고 때로 화가 난다. 많은 NGO 단체들도 같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난과 고통이라는 프레임에 맞춰진 사진과 철저히 대상화된 사진 속 인물을 바라볼 때면 불덩이가 치밀어 오른다.

“많은 NGO 단체들이 아프리카나 아시아 극빈국 아이들이 울고 있는 사진을 통해 끊임없이 동정심을 자극하죠. 물론 모금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타인의 삶을 위한다는 목적이 정당하기 때문에 그 어떤 방식을 사용해도 좋은지 돌아봐야 합니다. 사진이라는 이름의 폭력에 불과해요. 직접 가보면 그 가난한 나라에도 아름다움 삶, 친구들이 나노는 소소한 정들이 있어요. 가난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덧씌우기 전에 그들의 삶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진정한 나눔 아닐까요.”

머릿속에 정리된 사진의 쓰임을 확장시키기 위해 임종진은 1인 NGO로 활동하고 있다. 쉽지 않은 길이다. 외부의 후원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있고 적지 않은 나이인지라 지칠 때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의 유치원에 매달 1천 달러의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사진집 수익금은 ‘캄보디아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에 후원금으로 사용하게 될 예정이다. 강연이나 강의 활동은 이런 후원을 위한 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국내에서도 무료 사진관인 ‘달팽이사진골방’을 운영하면서 ‘함부로 찍지 않는 사진’이란 강의를 하고 사진심리치료 활동도 벌이고 있다. 캄보디아 사람들의 삶을 다룬 글을 엮어 산문집도 펴낼 예정이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걷는 그의 길은 진한 의미를 남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이 가진 무게를 생각하는 일이에요. 그들을 구호의 대상자로 바라보지 말고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진지한 고민이 있을 때 진짜 나눔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나눔의 방향에 대한 확신이 섰으니 앞으로도 여건이 되는 대로 타인의 삶이 가진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갈 생각입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