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스트 임한희 기자] 최근 여성의 사회 진출이 여러 직종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건설 현장, 생산직 등 이른바 ‘블루칼라’ 직업군에서 종사하는 20~30대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건설업 일용직 중 40세 미만 여성은 2020년 26만7424명에서 지난해 32만1691명으로 3년간 약 20%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존 직장을 그만두고 도배사 일을 시작한 20대 여성의 이야기가 유명 토크쇼를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그녀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게 된 배경에 대해 “숙련된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내가 속한 조직 내에서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고된 육체노동이라는 편견 없이 자아실현을 위해 건설 근로자 직업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젊고 건강한 나이더라도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근육량이 적어 건설 현장처럼 고강도의 근력 사용을 반복적으로 요하는 곳에선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하루 종일 무릎을 구부렸다가 펴며 중량물을 들어 옮기는 작업은 무릎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통계를 살펴보면 건설 현장에서 중량물 작업 시 무릎에 부담을 주는 자세가 다른 자세 대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난다. 쪼그리기 및 무릎 굽히기 등 자세가 전체 작업의 25% 이상을 차지한다고 응답한 작업자의 비중은 65%로 어깨와 손목 등 다른 부위보다 높게 집계됐다.
이러한 작업이 반복될 경우 무릎 관절 사이에서 관절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반월상연골의 손상이 우려된다. 반월상연골은 구조가 탄력 있고 단단해 쉽게 부상당하지 않는 부위지만 지나친 육체 활동이 이어지면 2030대 청년층의 경우에도 충분히 근골격계 질환으로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월상연골손상이 발생하면 무릎에서 무언가 찢어지거나 터지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무릎이 뻣뻣해 구부리기 어렵고 계단을 내려갈 때 무력감도 느껴진다. 그러나 질환 초기에는 일상생활에 큰 무리가 없기에 치료에 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증상을 방치할수록 손상 범위가 넓어지면서 퇴행성 관절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일과 중이나 이후 무릎에 통증과 함께 부기가 이어진다면 조속히 전문의를 찾아 진단과 치료에 나서야 한다.
반월상연골손상은 한 발로 선 채 몸통을 좌우로 돌리며 무릎 통증을 확인하는 ‘테살리 검사’를 통해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먼저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 통증이 있는 쪽 한 발로만 서서 상대방과 마주 본 상태로 양손을 맞잡는다.
이후 무릎을 중심축으로 좌우로 회전하기 위해 주변인의 도움을 받아 양팔을 번갈아 가며 앞뒤로 밀고 당겨준다. 이 과정에서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반월상연골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방에서는 반월상연골손상 치료를 위해 침약〮침 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족삼리혈, 위중혈 등 무릎 주변 혈자리에 침 치료를 통해 긴장된 주변 근육들을 풀어주고 기혈 순환을 원활히 한다. 이어 순수 한약재를 정제한 약침 치료는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인 염증 해소에 효과적이다. 여기에 무릎 연골 보호에 효과적인 숙지양근탕 등 한약 처방이 병행되면 손상된 연골 및 근육의 회복을 도와준다.
실제 한약의 무릎 질환 치료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국제 분자 과학(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이 염증을 일으킨 연골세포에 모과 추출물을 처리한 결과 연골의 유연성과 탄력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2형 콜라겐’과 ‘프로테오글리칸’의 발현량이 많아져 연골 구조의 회복을 돕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과는 한의학에서 관절 치료에 활용해 온 한약재로서 앞서 언급한 숙지양근탕 처방의 주 재료이기도 하다.
치료와 함께 무릎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작업 중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는 동작은 피하고 평소 계단 오르거나 실내 자전거를 타는 등 허벅지와 무릎 주변 근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좋다.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 무릎 안정성이 향상되고 혈액순환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연골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에 뛰어든 여성들은 이 시대의 원더우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이라는 우선 순위에 밀려 건강 관리에는 소홀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젊은 여성들이 미래도 건강도 계속 지켜낼 수 있는 진정한 원더우먼으로 거듭날 수 있길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