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액세서리, 화장품…올해 1분기 쿠팡라이브 매출 Top3(마켓플레이스 기준) 품목이다. 그밖에 이유식, 과일, 미용기기 등도 매출 상단을 차지했다. 해당 리스트에는 여심(女心)이 듬뿍 담겨있다.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구매 의지가 조금 더 발휘되는 분야이기 때문. 마케팅 영역에서 여성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초다. 

사실 여성 마케팅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이브올루션’(여성이 남성을 압도하는 사회현상)이나 ‘쉬코노미’(She와 Economy의 합성어) 같은 단어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다. 결혼‧임신‧출산‧육아 등 주요 생애주기 과정에서의 구매 영향력을 떠올리면 쉽게 납득이 된다. 동반소비를 유발하며, 입소문의 파급력이 월등하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뾰족한 틈새를 공략하는 스타트업 필드에서도 여성 마케팅은 주효한 전략이다. 유행을 창조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여성을 페르소나 삼아 그들의 감성과 감각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참여를 유도한다. 오롯이 여성에게 주목하는 스타트업들, 그들에겐 여심이 곧 민심이다. 

 

여성 헬스케어 기업 ‘해피문데이’는 ‘더 많은 여성의 건강한 삶’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본격 ‘팸테크’(FemTech‧female과 technology의 합성어) 스타트업이다. ‘월경 중심의 여성 헬스케어’라는 비즈니스 아이템에서 드러나듯, 모든 포커스를 여성에게 오롯이 맞춘다. ‘헤이문’이라는 앱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콘텐츠 등을 통해서다. 해당 앱은 지난달 누적 다운로드 수 200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는 “오직 여성의 건강에 집중한 서비스로 200만 누적 다운로드라는 이정표를 세우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을 위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닥터벨라’도 여심에 힘입어 성장세를 구가하는 스타트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산부인과, 소아과, 피부과 등 여성의 수요가 집중되는 분야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은 케이스다. 여성만 회원가입이 가능한 서비스 구조, 풍부한 산부인과 전문의 제휴 네트워크 확보 등으로 여성들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했다는 평가. 론칭 10개월 만에 2500%의 거래액 성장세를 이룬 배경이다. 올해 초에는 여성 전용 심리상담 서비스까지 출시하며 무대를 넓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소통하는 서비스라는 점이 주효했다”면서 “앞으로도 여성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의료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아와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 역시 여성의 구매의지를 북돋는 아이템이다. 부부공동양육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지만, 적어도 관련 아이템 구입에 관해선 엄마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육아스타트업 ‘올디너리매직’이 여성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이벤트를 펼치는 이유도 그런 영향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월령별 프리미엄 발달 맞춤 놀잇감 ‘피카비 플레이키트’와 육아 커뮤니티 ‘피카비 놀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는 이 회사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임산부를 위한 태교 클래스’를 열고, 가정의 달에는 ‘아이의 놀이 시간’을 주제로 오프라인 강좌를 개최하는 등 주 고객과의 접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육아로 힘든 여성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비즈니스도 있다. 모바일앱 ‘육아크루’를 서비스하는 스타트업 ‘다이노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의 서비스는 비슷한 동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엄마들을 연결, 이들의 연대와 결속을 통해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효과는 수치로 증명된다. 올해 들어 월 신규 이용자가 평균 45%씩 증가했을 정도. 회사 관계자는 “앱에서 연결된 엄마 10명 중 7명 정도가 실제 오프라인 만남을 가질 정도로 적극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해당 기업은 최근 자사의 핵심 서비스인 ‘짝크루’의 운영지역을 서울의 한강 이남 전역으로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성을 향한 틈새 공략은 최근 들어 특정 연령대를 콕 집어 공략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폰 꾸미기를 위한 다양한 테마와 위젯 기능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포토위젯’이 대표적이다. 해당 기업은 글로벌 Z세대를 대상으로, 모바일 홈 화면을 간편하게 꾸밀 수 있는 커스터마이징 기능부터 테마, 위젯, 배경화면, 아이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전 세계 누적 사용자 3700만 명 중 Z세대가 80%, 여성이 85%에 이를 정도이니 Z세대 여성에 특화된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회사의 서비스가 요즘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모바일 라이프 스타일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3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퀸잇’은 조금 더 지긋한 여성들을 바라본다. 타 패션 플랫폼이 MZ세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과는 달리 4050 여성들을 페르소나로 삼고 있는 것. 기장이 너무 짧거나, 타이트한 옷을 다루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여기에 3초 회원가입, 맞춤 추천, 자동 할인 기능 등을 추가해 타깃 세대의 소비 경험까지 신경 썼다. 최희민 라포랩스(퀸잇 운영사) 공동대표는 “우리 서비스의 성장세는 4050 여성 대상의 모바일 패션 시장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향후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