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술을 마셔보자, 유유히 어깨춤을 추면서
혼자, 술을 마셔보자, 유유히 어깨춤을 추면서
혼자, 술을 마셔보자, 유유히 어깨춤을 추면서
2016.01.21 11:19 by 황유영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1인 가구 수는 506만. TV에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평범하지만은 않은 일상이 등장하고, 혼밥, 혼술은 흔한 용어가 됐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버거운 사람들이 있다. 혼자보다 여럿이 가능한 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한다. 혼자 먹고, 혼자 놀고, 혼자 즐기는 일을. 선뜻 내지 못했던 용기어린 도전이자, 대리만족이며, 불친절하지만 세심한 가이드다. 그리고 혼자서도 꿋꿋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기록이다.

“흑돼지 근고기 1인분 주세요.” 제주도는 아름다웠고, 근고기는 근사했다. 그리고 난 혼자였다. 시작부터 세다. 혼자서도 꿋꿋한 우리들의 기록. 제1탄 혼자 고기 굽기 편.

스무살을 전후하며 A의 별명은 꿈나무였다. 수다스러움과 소란스러움을 갖춰 음주가무의 현장에서는 언제나 중심에 있던 A였지만, 클럽에만 가면 나무같이 딱딱한 몸짓으로 우두커니 서있는 A를 두고 친구들은 꿈나무라는 애칭을 붙여주었다. 저주받은 몸놀림에 비하면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별명이라고 할 수 있다. 날개를 펼치지 못한 우리의 댄싱 꿈나무는 그렇게 묘묙인 상태로 발육이 멈춰버렸다.

비록 클럽에서는 한 없이 작아지는 A였지만 어느 모임을 막론하고 술자리는 A의 스테이지였다. 화려한 몸동작 필요 없이 어깨춤 하나면 분위기를 쉽게 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껏 치켜세운 어깨를 좌우로 흔들며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냐고 목 놓아 외치고, 소주 병 뚜껑을 돌돌 말아 서로를 향해 쏘아댔다. 병을 치우려는 알바생의 손길을 필사의 각오로 막아내며 훈장처럼 병들을 나란히 세우던 A에게 술이란 사람이고, 소란이고, 열기였다.

댄싱 꿈나무는 될 수 없었지만 주당 꿈나무로 화려하게 데뷔한 A는 술이 아니라 사람이 좋다고 말해왔다. 그 원칙을 오랫동안 지켜졌다. 사람과 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다. 그렇게 쓰인 꽐라의 흑역사가 수 십 페이지에 달하고, 그렇게 나빠진 간 건강과 앞당겨진 피부 노화를 몸에 새기는 사이 강산이 한 번 변했다. 세월은 이길 수 없는 것. 몸으로 술을 체득하던 A의 습관도 세월에 따라 많이 변모했다. 시끄럽고 소란스럽던 술자리가 아니라 소소한 대화가 가능한 술자리를 지향하게 됐고, 사람은 점점 소수로 그 규모를 줄여나갔다. 그리고 이제 A는 혼술을 즐긴다.

왜 혼술이 좋으냐고 물으신다면, 그저 혼술이 좋기에 좋다고 말 할 수밖에 없지만,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 존재한다. 술이 주는 알싸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고, 억지로 권하는 이나 억지로 권하는 분위기가 없으니 본인의 주량을 넘겨 마실 일도 많지 않다. 술이 고프지만 함께 할 만한 이가 떠오르지 않을 때 구차하게 부탁할 일도 없다. 타인의 원치 않는 술주정에 고달프거나 잔소리 머신 꼰대에게 걸릴 일도 없다. 게다가 요즘은 혼술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혼자 술 마시는 이들을 향하던 외롭고 처량하다는 편견이 걷히고 낭만적인 취미로 바라본다. 바야흐로 혼술의, 혼술에 의한, 혼술을 위한 시대다. 어찌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있을까.

혼술 STEP1. 집에서라면 유승호와 아이컨택하며 술을 마실 수 있다

우리가 혼술에 입문해야 하는 이유, 진정한 혼술족으로 거듭나기 전 예행 연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집에서 쉽게 혼술을 접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 혼자 마시는 술은 알코올 중독의 지름길로 여겨졌으나, 그것은 의지가 약한 이들의 변명 일 뿐이다. 가볍게 마시고 빠르게 휴식할 수 있는 집에서의 혼술은 피로 회복제 그 이상의 역할을 한다.

drinkalone

집에서 쉽게 혼술을 즐기고 싶은 자, 편의점을 향해 달려가라. 그곳에 당신을 위한 파라다이스가 펼쳐져 있다. 지금은 어느 편의점에서나 500ml (수입)맥주 4개 만원 행사를 상시로 진행한다. 주당들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방앗간을 만들고 있는 셈. 부라더 소다나 과일 소주처럼 도수가 낮은 소주들도 아름다운 자태로 우리를 반긴다. 물론, 과한 음주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므로 혼술에는 소주 보다는 맥주를 건한다.

게다가 편의점은 혼술족을 위한 안주 백화점이다. 분명 자취생들의 식사 대용으로 나온 것이 분명한 컵라면을 비롯한 컵 용기 제품,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면 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각종 덮밥, 스파게티, 족발, 떡볶이 등등의 간편 조리 식품, 왠지 건강해지는 느낌적인 느낌을 주는 소포장 견과류(물론 그 중 내 최애最愛는 이름만으로도 살이 찔 것 같은 허니버터 아몬드지만), 각종 과자와 각종 양념의 오징어, 육포, 어포까지. 혼술을 위한 모든 제품이 구비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흔한 자취녀가 즐기는 혼술 안주는 고추 참치와 생라면이다. 친근하며, 매콤해서 스트레스 해소에 왠지 도움이 되는 것 같고,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여기에 집 혼술의 또 하나의 친구는 바로 TV다. 물론 나는 TV는 없는 가난한 자취생이지만, 컴퓨터로 실시간 TV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해두었다. 모니터 앞에 앉으면 맥주 캔을 따는 청량한 소리를 신호로 조촐한 파티가 시작된다. TV에는 우리 (유)승호가 아버지의 무죄를 밝히겠다면 동분서주하고 있다. 캬아. 그 동안 역변 없이 자라준 승호에게 탄성과 박수를 보내며 맥주를 한 모금, 그리고 눈을 떼지 않고 있노라면 카메라를 응시하는 승호와 눈이 마주친다. 말 걸고 싶은 욕심을 자제하며 내적 건배를 한다. 바로 이 맛이다. 집에서 즐기는 (모니터 승호와의)혼술.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혼술 STEP2. 집 근처에는 당신을 기다리는 술집이 반드시 있다.

요즘 내가 사는 망원동은 변신중이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버스가 오가는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촌스러운 빨간 불빛의, 왠지 의뭉스러운 술집들이 즐비했던 거리는 작은 카페, 이색적인 술집들이 찾아들고 있다. 누구는 연남동의 초창기 모습이라고도 한다. 어쨌든 동네 주민으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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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반가운 것은 테이블이 너 댓개에 불과한 작은 술집들이 내 생활권 안으로 들어왔다는 점이다. 그전에도 술집은 있었으나, 동네 아저씨들이 모인 질펀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집으로 가는 길 가볍게 들러 혼술 한 잔 하기 딱 좋은 그런 집들이 나를 기다린다. 오늘의 초이스는 집에서 5분 거리의 술집이다. 버스가 다니는 도로 인근이 아니라 골목 안까지 깊숙이 들어온 이 특별한 가게를 오가며 눈여겨봤던 참이다. 이곳까지 내 친구들을 부르는 수고를 할 수는 없고, 그렇게 혼술에 도전하게 됐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손님의 등장에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 듯한 청년 사장님이 컴퓨터를 멈추고 일어서 간단한 눈인사를 한다. 과하게 친절하지 않은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든다. 건네준 메뉴판도 단촐하다. 카나페, 치즈, 나초가 안주의 전부. 술은 맥주, 와인이 주를 이루는데 직접 담근 자몽청으로 만든다는 자몽 맥주가 인기란다. 인기라면 마셔줘야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날의 손님은 나 하나다. 조명은 어두워 책을 읽을 수 없고, TV도 없다. 멍하니 사람 하나 오가지 않는 창밖을 보다가 슬쩍 말을 건네 보았다. 왜 이 골목 안까지 들어와서 술집을 차렸어요? 사람이 많아야 좋은거 아닌가? 대답은 쿨하다. 그냥 조용한 곳을 찾다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고양이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은 주택가의 조용한 골목, 그 골목은 지키고 있는 노란 불빛의 술집. 나는 자몽 알갱이가 알알이 씹히는 달면서도 쓴 자몽 맥주를 조용히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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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싸하게 흐르는 음악만으로도 기분 좋게 흐르는 한 시간. 계산을 마치고 나가는데 또 오라는 권유나 구태여 붙잡는 호객의 말이 없다. 시끄럽고 끈적거리는 지금까지의 술자리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상쾌한 뒤끝, 숙취 없는 좋은 술을 마신 것 마냥 기분이 유쾌하다.

혼자레벨 ★★★★

조명이 어두운 술집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홀로 족의 친구인 영상 시청이나 독서가 불가능하다. 낯선 주인들과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화력을 가진 이가 아니라면 쉽게 술에 집중하기란 어려울지도. 다만, 어쩐지 쓸쓸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면, 그리고 그런 나를 가만히 두는 집 근처 술집을 찾아낼 수 있다면 새로운 아지트를 발견하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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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Tip

혼술은 독한 소주보다는 도수가 낮은 맥주, 와인 등이 좋다. 술에 취하면 우리를 챙겨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 또 명심하자.나홀로 족이 트렌드가 되면서 독서를 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책바나 일행이 아닌 손님에게 말을 걸지 못하는 규칙을 내건 바, 와인 하프 보틀 혹은 단위 별로 소분해서 판매하는 바 등 다양한 콘셉트의 바가 늘어나고 있으니 한 번쯤 찾아가볼 것.혼술의 낭만을 즐기려면 가게 주인의 선곡 센스가 필수. 처음 보는 가게에 무작정 들어가기 보다는 집 근처에서 술집들을 눈여겨보며 음악 센스를 점쳐보자. 좋은 음악과 술 한잔이 있다면 우리는 어디든 갈 수 있잖아?!야구 시즌이나 월드컵, 올림픽 등 국가 대항전 시즌에는 시끌시끌한 맥주 펍에서의 혼술도 좋다. 우리는 이미 월드컵을 거치며 경험하지 않았는가. 경기를 함께 즐길 때 너와 나의 경계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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