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혹한기, 스타트업에겐 새로운 마중물이 필요하다
투자혹한기, 스타트업에겐 새로운 마중물이 필요하다
2023.06.09 17:17 by 최태욱

지난 3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사태가 그것이다. 스타트업을 위한 곳간의 말로가 시사하는 것은 본격적인 투자혹한기의 도래다. 우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속되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에 벤처투자시장은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이 전 년 동기대비 60.3%나 감소한 이유다.(중소벤처기업부) 금액으로 치면 무려 1조3000억원이 주인을 잃은 셈. 스타트업 생태계의 과감함과 역동성도 딱 그만큼 사라졌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은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스타트업의 미덕은 속도다. 폭발적이고 빠른 성장이 필수적이다. ‘피벗도 능력’이라고 할 만큼 속도전이 요구된다. 그래서 필요한 게 막대한 자금이다. 천천히 벌어서 차근차근 성장시킬 여유가 허락되지 않는 섹터다. 

하지만 자금을 만들 방법이 마땅찮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것’에 방점이 찍혀있는 조직이다 보니, 제도권 금융과는 ‘핏’이 맞지 않는다. 각종 지원금이나 공모전, 정책자금 등의 창구가 있지만, 한참 달려 나가야 할 때 ‘리소스’를 뺏기는 게 부담이다. 결국 창업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투자유치 성사 때까지 버티고 버티는 것이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나마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에는 ‘버티기’가 먹혔다. 미래 가치만 입증해도 비교적 쉽게 지갑이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단기 재무성과가 없는 기업들, 즉 현재 돈벌이가 부실한 회사에는 좀처럼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솔루션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서다. 대표적인 회사가 캐나다의 핀테크 기업 ‘클리어코(ClearCo)’다. 이 회사는 신생 기업이 미래에 발생시킬 매출을 평가하여, 최대 수 천만 달러에 달하는 돈을 빌려준다. 자체 평가 툴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며 효과적인 대안 투자 플랫폼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주로 이커머스, SaaS 기업 등 미래 수익을 정량화하기 쉬운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데, 지금까지 5500개 이상 회사에 24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클리어코의 모델을 국내에서 현지화시킨 스타트업도 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을 정조준하는 ‘플로우보(Flowbo)’다. 사업자들이 떠안는 재원 마련의 어려움을 ‘수익공유’라는 개념으로 풀어냈다. 강신언 플로우보 대표는 “대출의 높은 문턱과 느린 속도는 스타트업, 이커머스, 소상공인 같은 조직과 맞지 않는다”면서 대안 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2021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같은 해 10월 시드 투자를 통해 4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최근 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한 ‘2023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50’(50 FAST-GROWING STARTUP)에서 막내 기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린 ‘레베뉴마켓’은 국내 최초의 매출 거래 플랫폼을 표방하며 벤처 대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이 회사는 신생기업이나 소상공인의 재무·비재무적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미래에 발생시킬 매출을 산정하고 이를 즉시 현금화한다는 개념을 정립시켰다. 할인율은 최저 8%, 자금 지급은 48시간 이내다. 도은욱 레베뉴마켓 대표는 “론칭 후 지금까지 52개 스타트업에 총 121억원을 제공했는데, 단 한 건의 연체나 부실도 없었다”면서 “자금조달 옵션에 목말랐던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마중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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