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시스템을 예술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조영각 작가 인터뷰
동시대의 시스템을 예술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3.04.18 17:55 by 최태욱

[Artist in METAVERSE]는 아트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아트 인 메타버스’展 참여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우리는 모두 제도나 환경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요. 이를 사회의 ‘시스템’이라고 부르죠. 저는 시스템 얘기를 하는 작가입니다. 동시대의 다양한 상황들을 저만의 시선을 풀어내는 게 예술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조영각(37) 작가는 ‘얼리어댑터’ 성향이 다분한 아티스트다. 인공지능, 코딩, 융합 등 최근 주목 받는 분야를 이미 10여 년 전부터 매진해왔을 정도다. 올해 초 챗GPT 열풍으로 화제가 됐던 ‘생성예술(generative art)’ 역시 조 작가의 오래된 레퍼토리다. 이는 작가가 가진 예술관에 기인한다. 조영각 작가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는 게 작가의 사명”이라며 “동시대의 이야기는 동시대의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서양화 전공 학부시절, ‘별종’ 소리까지 들어가며 디지털‧미디어 아트의 세상을 탐닉했던 이유다.

 

조영각(사진) 작가
조영각(사진) 작가

| 외골수 그림쟁이의 외도…미술에 기술을 더하다
조영각(37) 작가는 평생 진로에 대해 고민한 적이 없었다. 4살 때 접하게 된 미술이 자연스레 그의 앞날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그림을 워낙 좋아했고 재능도 출중하여 다른 마음을 가질 이유조차 없었다. 초중고 내내 미술에 에워싸여 성장했고, 정해진 수순처럼 미대로 진학했다. 

그때까지의 그림은 그저 표현의 도구였다. 붓이나 펜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에 집중했던 시기다. 하지만 대학 초년생 시절부터 조금 달라졌다. 평생 그려왔던 그림이지만 그 진면목을 새로이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그저 그리는 것이 좋았는데, 대학에 들어오면서 미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바뀌었어요. 그림에 담아내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 거죠. 스스로 예술가가 됐다고 생각하는 시기도 바로 그 때부터입니다.”

이야기에 오롯이 집중하자 도구의 경계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마침 당시는 ‘아이폰’이나 ‘유튜브’가 등장하던 시기. 폭발적으로 확장하는 미디어 세계를 직접 겪으며 ‘붓과 캔버스에 의존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고민을 거듭했다. 웹, 코딩, 영상 등 미디어적인 접근은 당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조 작가는 “디지털과 미디어를 활용한 예술 실험을 통해 표현의 범위가 엄청나게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면서 “순수예술을 전공하던 시기라 교수님들의 눈 밖에 나긴 했지만, 그 무한한 가능성을 직접 열어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고 회상했다. 

미술과 기술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대학원에 진학하며 더욱 풍성해졌다. ‘미디어 아트’와 ‘융합 예술 디자인’을 공부하며 미디어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사이언스, 로보틱스, 블록체인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지금의 작업 방식은 모두 그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결과다. 

“제가 관심 있는 건 여러 종류의 시스템이거든요. 자연과 인간, 인간과 기계, 사물과 사회, 기술과 문화 같은 다양한 주체들 사이의 체계를 탐구하죠.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면 흥미로움이 배가 돼요. 뒤틀리고 낯선 모습에서 또 다른 가능성과 새로운 시야가 발견되는 거죠.”

 

조영각 작가의 비디오 설치작품 ‘Today’s Menu‘(2013)
조영각 작가의 비디오 설치작품 ‘Today’s Menu‘(2013)

| 다분히 개인적인, 그래서 더더욱 사회적인 
조영각 작가는 자신의 예술관을 ‘시스템 그레이햇(System Grey-hat)’이라고 정의한다. ‘그레이햇’은 해커를 일컫는 컴퓨터 용어인데, 악의를 가진 블랙 해커나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화이트 해커가 아닌, 그저 중간의 입장에서 예술가의 관점만을 제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의 모든 작업은 늘 개인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시스템을 마주하는 작가 개인의 소회가 작품의 주제가 되며, 작품의 메시지 역시 관객 개인의 것으로 열어둔다. 

조영각 작가의 2019년 작품 ‘걷는 의자(Chair Walker)’는 그의 예술관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대학 졸업 이후 직장 생활과 작가 활동을 병행하며 느꼈던 고단함이 잔뜩 투영돼 있다. 조 작가는 “일이 너무 지겨울 때는 사무실에 있는 의자가 모두 도망가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든다”면서 “그런 상상을 모터와 센서 등을 활용해 실제로 구현해 본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일상 속 시스템에 대한 해킹이지만, 보는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을 투영한다. 더불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시간 등 동시대의 굵직한 이슈들도 자연스레 떠오른다.

 

걷는 의자_Interactive robotic figure_55x60x80cm(EA)_2019(ver.3)
걷는 의자_Interactive robotic figure_55x60x80cm(EA)_2019(ver.3)

지난해 발표한 ‘다음 사항은 상당히 복잡하다’(The next point is quite complex) 역시 작가 개인의 감성과 동시대의 현안이 맞물린 작품이다. 인공지능 미디어 설치물로 제작된 해당 작품은 작가 개인적으로 큰 애착을 가진 작업물 중 하나다. 서울로 상경해 이사를 10번 넘게 다니며 느낀 애환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탄생 배경 때문이다. 

“이사를 너무 많이 다니니까, 이제 아파트 하나 사서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더라고요. 그런데 현실이 녹록치 않잖아요.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기술과 방식으로 나만의 아파트 몇 동을 지어보자 싶었죠.(웃음)”

해당 작품은 서울시의 아파트 가격 데이터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아파트 가격 변화 추이를 분석하고, 그 결과 값으로 무한히 변화하는 파사드의 형태를 갖춘 미디어 설치작업이다. 개인의 애환으로 시작했지만, 자연스레 우리 시대에 가장 민감한 부동산 이슈와 맞닿는다. 

조 작가는 “내 삶의 환경이나 나의 시각 역시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시스템의 일부일 것”이라며 “동시대의 환경을 동시대의 기술로 펼쳐내어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미디어 아트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사항은 상당히 복잡하다_AI Media installation_160x120x180cm, multi-channel video, 7’00”_2022
다음 사항은 상당히 복잡하다_AI Media installation_160x120x180cm, multi-channel video, 7’00”_2022

| “끊임없이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예술가로 기억되고자 합니다.”
시대가 주목하는 4차 산업기술들을 발 빠르게 섭렵해온 조 작가의 탐구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다. 블록체인이나 NFT 등 새로운 기술의 등장도 낯섦 보다는 설렘의 대상이다. 조 작가는 “아무리 진화된 기술도 작동 원리는 대게 비슷하다”면서 “새로운 것에 대해 조금 더 빨리 파악하고, 쉽게 적응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특유의 흡수력 덕분에 활동 범위는 더욱 왕성해진다. 특히 인공지능이라면 예술‧비예술 할 것 없이 불러 주는 곳이 많다. 현재 대학에서 인공지능 관련 강의를 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본캐’는 역시 예술가다.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포함, 50회 이상의 단체전 등에 참가했을 정도로 다작하는 창작자다. 지난해 초 아츠클라우드가 주최한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참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전시에서 조 작가가 소개한 작품은 ‘이상의 거울에서’라는 인공지능 생성 비디오. 시인 이상의 시(詩) 중에 ‘거울’이라는 시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키고,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미디어 아트작품이었다. 

해당 작품은 ‘인간이 이룩한 유산인 문학 작품을 인공지능이 이해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실험이었다. ICT의 목적성과 예술의 표현 사이의 시스템을 탐구하는 과정이자, 예술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조영각 작가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 경험에 대해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규모와 범위에 매료됐던 기억이 난다”면서 “특히 다른 나라 미디어 아트의 현재를 목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영감을 얻었던 무대”라고 회상했다.

 

이상의 거울에서(From Yi sang’s Mirror)_AI generated Video_1ch, FHD(1920 x 1080), 2'5"_2021
이상의 거울에서(From Yi sang’s Mirror)_AI generated Video_1ch, FHD(1920 x 1080), 2'5"_2021

서양화를 그리던 화가에서 개발자를 방불케 하는 테크니션으로 변모한 조영각 작가. 그는 미디어 아트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는 아티스트다. 특히 담론을 만드는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다분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이슈로 점철되는 일련의 작업들이 이를 증명한다. 그가 ‘보이는 것’ 이상의 예술을 추구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대중들에게 미디어 아트는 그저 신기한 볼 거리라는 인식이 강해요. 흥미를 끌지는 몰라도, 자칫 ‘보여주기’로 끝날 수도 있죠. 저는 그 이상이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의미 있는 논의거리가 됐으면 하는 거죠. 흥미롭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의미를 줄 수 있는 예술…향후 저의 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사진: 조영각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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