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탐구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다니엘라 소토 작가 인터뷰
소리의 탐구 통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12.16 22:05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트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저는 이미지보다 소리에 관심이 더 많아요. 탐구할 것이 더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죠. 인간은 굉장히 시각적인 존재로, 보이는 것에 매우 민감합니다. 반면에 귀는 항상 제쳐두고 있어요. 낯설고 이질적인 소리가 우리의 인식을 넓혀준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다니엘라 소토(29, Daniela Soto) 작가는 소리로부터 예술을 창조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다양한 공존을 모색하며 공간을 탐구하고 인간의 정신을 들여다보려 한다. 전통적인 미술로 예술에 발을 들였지만, 세상에 빠르게 침투하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그 방법으로 찾아낸 것이 바로 지금의 방식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을, 끊임없이 변하는 예술로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동시대의 예술가로서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듣는 예술의 묘미를 선사했던 다니엘라 작가에게, 그가 표현하는 시청각의 세계를 직접 들어봤다. 

 

다니엘라 소토(사진) 작가
다니엘라 소토(사진) 작가

-아티스트로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소개해 달라. 
“화가로서의 데뷔는 학창시절부터라고 할 수 있다. 학생 시절이던 2012년에 처음 단체 전시회에 참여했으니 말이다. 이후에도 몇 번의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대부분 학교 행사였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16년 LGBT 미술세미나의 일환으로 열렸던 전시회였다. 그때 발표한 ‘Disi..nada’라는 작품은 내가 작업한 최초의 사운드 아트였고, 현재 활동의 초석이 된 작품이었다. 국내(멕시코)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지난해부터다. 2021년 단편 영화 콘테스트인 ‘Cine Minuto Regional de Aguascalientes’에서 우승했고, 같은 해 열린 ‘젊은 예술의 전국적인 만남’(National Encounter of Young Art)에도 선발됐다.”

-미술로 시작해 단편 영화까지 표현의 범위가 넓은데, 주로 어떤 작업을 수행하나?
“미술을 공부했지만 깊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화와 조각 정도만 다뤘을 뿐이다. 운이 좋게도 실험 미술을 하는 교수님들을 만났고, 그 분들 덕분에 다른 매체와 표현의 가능성을 탐구하는데 관심을 갖게 됐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매료됐다. 세상은 급변하고,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예술가 역시 마찬가지이다. 완전히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상적인 것(virtuality)’에서 수행 가능한 여러 가지 시도를 펼쳤다. 처음에는 영화였고, 이내 디지털 미디어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특히 이미지를 사운드와 함께 사용하고 처리하는 것이 개인적인 사조처럼 형성됐다.” 

-이미지와 사운드의 혼용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달라. 
“개인적으로 시각적 공간과 청각적 공간의 구분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소리의 비중을 높게 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시각적으로 점철된 디지털 세계 밖에서 소리를 캐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다. 캐나다의 사운드 아티스트 머레이 쉐퍼(Murray Schafer) 등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우리는 언제나 눈에 의지하지만, 소리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풍부하다. 낯선 소리는 우리가 사물이나 시각에 의해 제한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미지와 사운드를 공존시키는 아이디어들을 통해 공간을 탐구하고, 인간의 정신을 탐구하고, 각자의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시학(the poetics)을 탐구하려 한다.” 

-언급한 개념을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해 준다면?
“개인적으로 아끼는 작품 중에 ‘내 방에서 온 우편물(Postal from my Room)’이란 디지털 작업이 있다. 그동안 탐구해왔던 모든 것들이 합쳐진 것이라 유독 애착이 간다. 이 작품은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뤄져 있는데, 이미지가 대단히 모호하여 시각적으로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 그래서 보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찾으려 한다. 바로 소리다. 이 작품의 오디오는 관객 스스로 맥락을 만들게 하고, 비로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낸 공간으로 이끈다. 작품의 소리들로 이뤄진 텍스트가 자연스레 당신이 사는 곳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Postal from my Room’_Video Art_2021(영상캡쳐)
‘Postal from my Room’_Video Art_2021(영상 캡쳐)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 참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예술이라는 테두리에 있으면서 항상 변화를 시도해왔다. 메타버스 역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시도하는 변화 중 하나다. 멕시코의 경우, 예술이 매우 중앙 집중화되어 있다. 대도시에 살지 않으면 예술로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협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대도시 이외 지역에서의 예술은 그저 거래의 대상일 뿐이다. 이는 자칫 예술적인 태만과 권태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기회가 없다면, 눈을 돌려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의 특별한 전시에 참여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의 출품작을 소개해 달라. 
“이번 작품은 ‘Derivations 2,000 and 20’이란 제목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다. 포토샵 위주로 작업을 했고, 총 3개월 정도가 소요됐다. 특히 작업이 이뤄진 때가 팬데믹 기간이라,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개념화하는 데 꽤 지난한 시간이 필요했다. 작품의 제목 ‘Derivation’(말의 어원·파생)이 의미하듯,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것은 디지털 애니메이션이라는 채널을 통해 글쓰기를 탐구하고, 나아가 시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내 작품들이 대게 그렇듯, 시각과 소리의 변화를 활용하여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Derivations Two Thousand and Twenty’_Digital Animation_2021(영상 캡쳐)
‘Derivations Two Thousand and Twenty’_Digital Animation_2021(영상 캡쳐)

-동시대 예술가로서 ‘메타버스’에 대해 평가한다면?
“혹자는 메타버스를 예술의 미래라고 평하지만 결코 미래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지금의 현실이다. 메타버스를 통해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예술가로서 우리는 이 새로운 환경에 참여해야 한다. 언제나 열려있다는 면에서 커다란 기회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매일 들여다보는 컴퓨터나 휴대폰 화면이 우리의 무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예술가만의 차별적인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향후 계획과 포부에 대해 밝혀 달라. 
“인간에게는 보여지는 것과 기억되는 것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나는 기억되기 보다는 꾸준히 보여지고 싶은 쪽이다. 이는 순간순간을 예술가로서 살겠다는 포부다. 예술가로서 내가 만든 것이 오랫동안 기억되는 건 멋진 일이지만, 이는 그저 보너스 같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너무 빠르게 변하고, 빠르게 잊히기 때문이다. 늘 세상에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때마다 제시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예술가로 살고 싶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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