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언어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아트 인 메타버스’展 아리나 체티나 작가 인터뷰
비밀스런 언어를 상징으로 표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2022.11.02 16:09 by 최태욱

[Artist with ARTSCLOUD]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 주최의 국제 미디어 아트페어 ‘아트 인 메타버스’展에 참여했던 해외 작가를 소개하는 연재 시리즈입니다.

“제 작품은 보는 사람을 시각적으로 반응하게 하는 상징성을 토대로 시작돼요. 그 상징의 텍스트를 읽기 위한 힌트들로 작품 전체가 채워지죠. 상징이란 개념을 가지고 작업을 하면 관객들과 비밀스런 대화를 하는 기분이에요. 그것이 바로 제가 예술에 더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입니다.”

아리나 체티나(Arina Chetina, 23) 작가는 상징성을 탐구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건축을 전공하고 예술로 뛰어든 독특한 이력을 가진 만큼, 표현에 대한 아이디어가 특정 분야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주제를 시각적인 언어로 풀어내는 것에 집중할 따름이다. 그런 그녀에게 상징은 최적의 수단이다. 표면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무의식의 심층에 가라앉아 있는 다면적인 내용을 한꺼번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와 2D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되는 작품 속에는 동시대가 느끼는 희로애락에 대한 실마리들이 고루 숨겨져 있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서 진행됐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서도 알 듯 모를 듯한 상징의 묘미를 보여줬던 아리나 작가에게, 그녀가 표현하는 상징의 세계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아리나 체티나(사진) 작가
아리나 체티나(사진) 작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예술가의 길로 접어들었나. 
“맞다. 러시아 볼고그라드 주립 공대(VSTU)를 졸업했다. 개인적으로는 건축학과 예술이 개념적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구조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방식과 개념의 시각화, 그리고 스토리텔링 형식 등에서 그렇다. 여기에 열정이 더해지면 영화, 음악, 문학, 만화 등 관련 예술 형태에서 영감과 기술을 얻는 것이 가능하다. 설계를 위해 필요한 그래픽 툴을 폭넓게 익혔고, 다양한 학제 간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도 표현에 있어선 큰 장점이다.” 

-작가 데뷔는 어떻게 이뤄졌나.
“나의 첫 작품은 지난 2017년 ‘국제 다케다 대회(the international Takeda competition)’를 통해서 제작됐다. 러시아와 일본 작가들이 호스피스 의학을 지원하기 위해 진행한 국제 전시회였다. 그저 제 생각과 경험을 전달하며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참여했는데, 뜻밖의 놀라운 감동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부터 다소 난해한 주제에 대해 시각적인 언어로 소통하는 내 능력에 대해 진지하게 인지하기 시작했다.”

 

국제 다케다 대회에 참여했던 아리나 작가(왼쪽에서 세 번째)
국제 다케다 대회에 참여했던 아리나 작가(왼쪽에서 세 번째)

-주로 어떤 작업을 하며, 어떤 주제를 다루나?
“가장 주된 표현의 언어는 애니메이션이다. 첫 전시회 이후 카탈로그 출판이나 스토리텔링 삽화 작업을 했고, 2019년부터 ‘타브리다 아트(Tavrida art)’ 레지던스에 참여하면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과 2D애니메이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주제에 대해선 ‘상징성’의 탐구라고 말하고 싶다. 내 작품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기분을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 이를 위해 관객과 나만의 비밀스러운 비언어적 메시지를 남긴다. 이는 마치 은유로 가득 찬 영화 대본을 만드는 것과 같다. 개인적으로 연출이라는 직업을 동경하는데, 내 예술도 그것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

-상징이라는 주제가 조금 난해한데, 조금 더 쉽게 설명한다면?
“인간의 무의식에 담겨 있는 감정이 이미지화되는 게 상징이다. 우리 모두 나름의 경험들이 있지 않나? 그게 좋은 것일 수도 있고, 괴로운 것일 수도 있는데, 이런 경험적인 감정들을 상징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내 작품 중에도 종종 기억에 대한 것들이 있다. 주로 안 좋은 기억들인데, 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것을 잊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만약 비슷한 기억을 가진 관객들이 있다면,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세상과 타인들, 그리고 문제와 고통을 통해 예술가는 계속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징으로 점철된 아리나 작가의 작품_나르시소스(narcissus)
상징으로 점철된 아리나 작가의 작품_나르시소스(narcissus)

-지난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최근 다양한 표현 기술의 증가로 디지털‧미디어 아트가 각광받고 있지만, 갤러리 비즈니스 전체를 생각한다면 이제 겨우 시작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점점 더 많은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인터넷과 SNS는 물론, 오프라인 형식을 통해 자신들의 개성과 가치를 뽐낼 것이고, 이는 내게도 유효하다. 나 역시 전통적인 예술 형식으로 출발했지만,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표현의 무게중심을 옮긴 작가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키워드로 하는 아츠클라우드의 전시회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기회였다.”

-해당 전시에 출품했던 작품을 소개해 달라. 
“7(seven)이라는 제목의 2D애니메이션 작품이다. 클립 스튜디오와 프리미어 프로로 작업한 것으로, 역시 상징을 테마로 하고 있다. 직관적이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시청자로 하여금 마음속의 상징과 연관성을 찾는 데 빠져들게 한다. ‘내가 정확히 뭘 봤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열려있다. 그 답은 한 사람의 오롯한 세계에 대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식과 인생 경험에 달려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싶고, 무슨 정보를 듣고 싶은가?’, ‘진실과 거짓, 미덕과 악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큰 작품의 가치는 관객과 진행 중인 소통이 비록 비언어적이지만, 동시에 이해 가능하게 다가오는 신비로운 체험을 해보는 데에 있다.”

 

애니메이션 ‘7(seven)’ 영상 캡처
애니메이션 ‘7(seven)’ 영상 캡처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를 마친 소감을 말해준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아츠클라우드’가 디지털 아티스트의 저작권과 같은 개념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특별한 기쁨을 느낀다. 이런 노력들이 훗날 위대한 도전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믿는다. 향후에도 아츠클라우드와의 협업이나 공동 프로젝트의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그들은 너무 멋진 일을 하고 있고, 나의 참여가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아쉽다.(웃음)”

-향후 어떤 아티스트로 기억되고 싶은지, 포부를 밝혀 달라. 
“건축을 공부하고 작가의 길에 들어섰으니, 작가의 길 역시 내 마지막 가는 길이 아닐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세상과 대화하고 생각이나 경험, 고통을 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예술을 사용하고 있을 뿐이다. 여전히 나를 예술가라고 소개해도 될지 판단이 잘 서지 않는 건 그 때문이다. 내가 예술가이든 아니든, 관객들이 나를 기억해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내 작품을 기억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작품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진: 아리나 체티나 작가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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