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스마트한 더빙‧자막 솔루션의 등장
알비나 파스콸리 ‘올랑(Ollang)’ 한국대표 인터뷰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스마트한 더빙‧자막 솔루션의 등장
2022.10.21 17:29 by 최태욱

‘KSGC SPECIAL’은 2022년 ‘K-Startup Grand Challenge’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연재 시리즈입니다. 

“1인치 정도의 장벽을 뛰어 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영화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호령한 봉준호 감독은 문화예술이 세계 공통의 언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역설적으로 자막이나 더빙 같은 ‘언어의 현지화’의 중요성도 잘 보여준다. 비록 1인치일지라도, 분명 넘어서야 하는 장벽이라는 것. 실제로 넷플릭스 사상 최장 시간 1위를 기록했던 '오징어게임‘의 시청률은 95%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한국 고유의 언어와 문화, 정서를 전 세계와 연결시킨 힘이 바로 언어의 현지화에서 비롯됐다는 얘기다. 

최근 영상 자막‧번역 서비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영상, 게임, e러닝 등을 포함해 약 40조 원 규모로 추정될 만큼 가파른 성장세다.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그에 따른 영상 콘텐츠도 쏟아지는 상황에서, 작품 제작 못지않게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바로 미디어 현지화 영역인 것. 하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시장이다. 언어의 뜻과 의미는 물론, 번뜩이는 재치와 강렬한 울림까지 옮겨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작자 입장에서 미디어 현지화를 위한 시간, 비용, 품질 등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래서다. 

‘올랑(Ollang)’은 미디어 번역 시장의 성장세와 콘텐츠 제작자들의 요구라는 두 가지 동기를 가지고 출발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9년 자막 번역으로 시작해, 3년 만에 인공지능(AI) 더빙까지 아우를 정도의 내실을 다졌다. 세계 50여개의 언어를 다루며 콘텐츠의 세계화에 기여한다. 터키에서 발원해 미국에서 성장한 이 회사는 현재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 첨병 역할을 하는 인물이 바로, 조직 내에서 한국과 한국 콘텐츠를 가장 사랑한다는 알비나 파스콸리 파트너다. 

 

알비나 파스콸리(사진) 올랑 한국 대표
알비나 파스콸리(사진) 올랑 한국 대표

|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언어의 벽’ 허문다  

“‘실리콘밸리 걸’이라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있어요. 원래 미국에서만 활동했는데 우리와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했죠. 두 달 만에 15만 명의 구독자를 추가 확보했고, 6000만 뷰를 찍었어요. 이탈리아 계정은 2주 만에 구독자 2만 명을 돌파했죠. 이게 세계화의 힘입니다.”

알비나 파스콸리(Albina pasquali, 25) 한국 대표(이하 대표)의 말이다. 알비나 대표는 자사의 서비스가 철저히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강조한다. 비즈니스의 의도와 수행 과정, 결과의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가장 먼저 혁신하고 싶었던 건 제작자의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는 부분이다. 통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상 콘텐츠는 자막보다는 더빙이 선호된다.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선 부득불 더빙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꽤 난해했다. 전문 성우들이 활용되는 스튜디오 더빙의 경우, 제작비용이 너무 높고 소요되는 시간도 너무 길었던 것. 더빙 과정을 중간에 체크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다. 단순 번역으로 시작됐던 올랑의 비즈니스가 인공지능(이하 AI) 더빙으로 진화한 배경이다. 알비나 대표는 “오픈소스로 시작해 자체적인 AI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왔다”면서 “현재는 아마존, MS 등 타 플랫폼의 보이스를 통합시킬 수 있을 정도의 고도화까지 이뤄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AI더빙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비용이다. 통상 스튜디오 더빙은 1분에 100달러 정도가 소요되는데, 올랑의 AI더빙은 절반 이상 낮은 금액으로 작업이 가능하다. 기존 대비 5배 정도 빠른 속도 역시 장점. 특히 시의성에 민감한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 입장에선 크게 환영할만한 변화다. 모든 과정이 온라인상에서 진행되는 것도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올랑에서 구축한 대시보드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자료를 주고받으며, 하루 단위로 실제 제작 과정을 체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작자의 니즈가 수시로 반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올랑의 대시보드 화면
올랑의 대시보드 화면

AI더빙이 핵심적인 서비스지만, 거기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 사람 감정이나 연기에 따라 극의 완성도를 좌우되는 콘텐츠의 경우 아직은 AI가 완벽히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랑은 자막 번역, 폐쇄자막(CC), 스튜디오 더빙, AI 더빙 등의 옵션을 갖추고, 클라이언트가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부문에서 축적한 전문성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활동도 활발하다. 인공지능과 사람의 결합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솔루션인 ‘Augment intelligence’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 더빙과 AI더빙의 장점만을 활용해 제작시간과 가격은 낮추면서 품질은 높이는 방식이다. 전체 공정의 30% 안팎으로 전문가의 개입이 이뤄지는 식이다. 이러한 혁신성에 대한 시장 반응은 고무적이다. 이미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주요 플랫폼은 물론, 유럽의 영상 프로덕션, 터키의 공중파 방송국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사의 주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랑의 AI더빙이 활용된 영상(캡처)
올랑의 AI더빙이 활용된 영상(캡처)

| 콘텐츠 강국 한국 넘어 아시아 시장으로 
이탈리아의 한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알비나 대표는 지난 해 초 올랑에 전격 합류했다. 독일, 미국,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업무 경험을 쌓은 그녀는 특히 다른 나라의 언어와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로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터키어 등 4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정도다. 그런 그녀가 꼭 가보고 싶었다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역동성과 잠재력을 항상 주목했었다고. 올랑 본사에서 한국을 거점 삼아 아시아로의 확장을 꾀했을 때 직접 자원하여 시장 개척에 나섰던 이유다. 

 

올랑 본사의 업무 풍경
올랑 본사의 업무 풍경

지난 8월초부터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K-Startup Grand Challenge’를 계기로, 본격적인 상륙작전을 펼치고 있는 올랑은 국내 유관 기업들과의 소통을 점점 넓혀가며 정착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한국 시장의 메인 타깃은 e러닝 플랫폼과 TV방송국, 영상 프로덕션, 개인 크리에이터 등 4개 영역이다. 한국의 콘텐츠가 이미 세계적으로 검증된 만큼,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전 세계로 활동무대를 확장할 수 있도록 경험과 전문성을 발휘해 나갈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큰 그림도 이미 마련된 상태. 이를 진두지휘하는 건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를 동경했던 알비나 대표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세계의 무게중심이 미주‧유럽에서 아시아 쪽으로 옮겨갈 거라 생각해왔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한국이 있었죠. 그래서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고요. 바로 이곳에서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과 올랑의 혁신성을 함께 증명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사진: 올랑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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