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보단 최적을 위해…가장 꼼꼼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이 떴다
에릭 리빙스톤 ‘휴머나이즈’ 대표 인터뷰
최고보단 최적을 위해…가장 꼼꼼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이 떴다
2022.10.19 23:32 by 최태욱

‘KSGC SPECIAL’은 2022년 ‘K-Startup Grand Challenge’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연재 시리즈입니다. 

기업 경영은 목적, 자본, 전략, 그리고 사람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사람, 즉 인적자원은 절대적이면서도 특별한 위치를 지닌다. 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구성원들이 가진 경쟁력의 총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활동은 ‘채용’이다. 모든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선별하고 안착시키는 것에 사활을 건다. 

이러한 경향은 팬데믹을 겪으며 더욱 심화됐다. 혹독한 구조조정의 고개가 구인‧구직자 모두를 보다 신중하고 절박하게 만든 것이다. 최근 들어 채용과 관련한 온라인 서비스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반증한다. 사람과 회사를 이어주는 매칭 플랫폼은 물론,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테크 기반의 서비스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HR(Human Resource‧인적자원)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기업 맞춤형 인재 찾기를 기치로 국내 HR시장에 진출한 ‘휴머나이즈(Humaniiize)’도 그중 하나다. 막연히 최고의 인재를 찾기 보단, 완벽히 최적의 인재를 찾는다는 그들의 가치는 천편일률적인 구인‧구직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예고한다. 구인자에게는 이력서 이상의 것을, 구직자에게는 회사소개 이상의 것을 보여주겠다는 휴머나이즈. 기업과 인재의 오작교를 자처하는 그들의 비전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에릭 리빙스톤(사진) 휴머나이즈 대표
에릭 리빙스톤(사진) 휴머나이즈 대표

| “이게 아닌데…” 비전 품게 한 미스매치

“너무 안 맞았어요.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내가 생각했던 업무가 전혀 아니다보니 적응이 안됐죠. 능률도 안 나고 열의도 떨어지고…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다가 비로소 결심하게 됐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해야겠다’고 말이죠.”

에릭 리빙스톤(27, Erik Livingston) 대표의 회상이다. 대학 졸업 후 여러 회사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면서 채용 과정에 대한 혁신을 절감했던 것. 이는 곧바로 그의 인생의 목표로 확장됐다. 

사실 에릭 대표는 꿈이나 희망 같은 것을 잘 모르고 살았다. 학창시절부터 ‘장래희망’쓰는 빈 칸을 쉽게 채울 수 없었다고.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마땅히 없다보니, 직업이나 진로 같은 미래 구상이 부족했다”고 귀띔했다. 대학에 진학할 무렵에는, ‘취직이 잘 된다’는 주변 지인들 말에 법학과를 골랐다.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면 나중에 좋은 직장에서 일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감의 발로였다. 

대학을 마치고는 곧장 인턴십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덴마크 국적으로 홍콩과 호주에서 학업을 수행한 그는 해당 국가들에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했다. 전공을 살려 로펌에서 일하기도 하고, 요즘 뜨고 있는 재생에너지 관련 회사에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회사의 구인란을 꼼꼼히 들여다본 후 응시했고, 면접 때 자신의 학력과 전공 분야를 충분히 어필했지만, 입사 후 실제로 하는 일은 정작 달랐던 것이다. 에릭 대표는 “‘이러이러한 일을 하겠다’고 예상했던 범위와 차이가 많이 났다”면서 “그러다보니 점점 회의감이 들며 의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몇 번이고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며, 의심은 확신으로 굳어졌다. 기존의 채용 과정에 허점이 있다는 확신이다. 졸업자들이 자신이 지망하는 기업과 그곳의 문화, 자신이 맡을 업무에 대해 보다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으면 이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궁금증을 자산 삼아 구체화된 결과물이 바로 에릭 대표가 올해 1월 설립한 인채 채용 플랫폼 ‘휴머나이즈’다. 

 

에릭 대표(오른쪽)가 채용 프로세스와 관련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에릭 대표(오른쪽)가 채용 프로세스와 관련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 가장 스마트한 연결고리로 기업과 구직자 잇는다 
휴머나이즈는 대표 개인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탄생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이다. 자연히 대표 스스로 느꼈던 미스매칭 요소들을 해결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에릭 대표가 느꼈던 기존 채용 시스템의 문제는 두 가지. 먼저 구직자 입장에서 얻을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정보가 너무 단편적이다. 특히 가장 예민할 수 있는 담당 업무에 대한 설명이 뾰족하지 못했다. 이를 테면 기획, 홍보, 인사, 총무, 법무 등으로 구분되고, 각각 분야에서도 보다 전문‧세부적으로 나눠질 수 있는 직무들이 ‘경영지원 부문’으로 뭉뚱그려지는 식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사 혹은 해당 직무에 특별히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후보자들을 면접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수십 군데 회사에 동일한 이력서를 ‘복붙’하는 지원자가 스펙에 의해 줄 세워지는 방식이 비효율을 야기한다. 최종 관문이라고 일컬어지는 ‘면접’에 모인 사람들조차 직무 적합성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휴머나이즈는 이를 ‘불충분한 정보 제공’의 문제로 진단하고, 구인‧구직자에 대해 유의미한 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솔루션의 방향성을 잡았다. 구직자들의 사전 인터뷰 영상이나, 기업 소개 영상, 직무 관련 강의 등 여러 차별화된 콘텐츠가 있지만, 그중 핵심이 되는 것은 이른 바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다. 케이스 스터디는 일종의 실전 직무역량 테스트다. 지원자가 직무 및 업무 관련 과제를 해결하여 결과물을 제출하고, 이에 대한 사전심사가 이뤄지는 식으로 활용된다. 구직자 입장에선 취직 후 실제로 맞닥뜨릴 일을 먼저 접해본 후 해당 업무가 자신에게 맞는지, 소화가능한지 테스트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법학을 전공했지만, 실제 업무 현장에선 제가 배운 지식이 전혀 쓸모없었어요. 구직자가 실제 할 일을 먼저 접하게 하자고 생각했던 이유에요. 구직자 입장에선 자신이 맡게 될 일을 확실히 알 수 있을 뿐더러, 구인자 쪽에서도 실제 업무 역량을 평가하기 용이하죠.” 

 

휴머나이즈는 구인‧구직자 간의 단편적인 정보가 채용의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
휴머나이즈는 구인‧구직자 간의 단편적인 정보가 채용의 비효율을 야기한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채용 방식은 최근 인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스타트업에 특히 주효하다. 방대한 양의 이력서를 받지만, 이력서만으로는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릭 대표는 “대기업들은 기업 특성에 맞춰 치밀하게 짜인 자체 평가 툴이 있지만,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면서 “우리 케이스 스터디를 평가 툴로 삼는다면, 보다 스마트한 방식으로 후보자들의 역량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휴머나이즈는 네트워킹 이벤트나 박람회 등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야놀자’ 등 국내의 몇몇 기업들과는 이미 콘텐츠 제작과 관련한 파트너십을 체결한 상태다. 향후 국내 유수의 대학을 직접 방문하여 구직자들에게 자사의 서비스를 직접 소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설립한지 10개월 남짓한 휴머나이즈이지만, 이뤄놓은 성과는 적지 않다. 설립과 동시에 홍콩에서 시드투자를 유치했고, 비즈니스의 통로가 될 웹사이트도 이미 구축해 놓은 상태다.  ‘K-Startup Grand Challenge’를 통해 한국행을 결정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검증 무대로, 역동적이면서도 잠재력이 넘치는 한국의 구직 시장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구상하면서 한국의 채용 시장과 구직 문화에 대해 많은 조사를 했어요. 거기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봤죠. 할 일을 결정하는 건 인생을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잖아요. 그렇기에 더 세밀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망원경을 끼워드리려고 합니다. 흐릿하고 애매한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말이죠.(웃음)”

 

/사진: 휴머나이즈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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