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주자가 내 집에서 피아노 수업을?”…신개념 음악교육 플랫폼의 등장
최보람 싱키(synkii)대표 인터뷰
“유명 연주자가 내 집에서 피아노 수업을?”…신개념 음악교육 플랫폼의 등장
2022.10.14 12:07 by 최태욱

‘KSGC SPECIAL’은 2022년 ‘K-Startup Grand Challenge’ 프로그램에 참여한 글로벌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연재 시리즈입니다. 

에듀테크(EduTech·교육과 기술의 융합)가 교육의 ‘뉴노멀’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팬데믹 사태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초기에는 언택트 시대의 대안 정도로 여겨졌지만, 점점 대안을 넘어 묘안으로 추앙받는 모양새다. 기회의 불평등, 낮은 몰입도, 획일화된 수준 같은 기존 교육의 난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전문가들은 “매해 70% 넘게 고공성장 중인 분야가 바로 에듀테크”라며 “오는 2025년까지 5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평가한다. 

시장이 확대되면서 보다 전문적이고 복잡한 니즈를 반영한 교육 플랫폼들도 많아지고 있다. 프리미엄 음악교육을 무기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 ‘싱키(synkii)’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20년 11월, 팬데믹 초입부에 설립된 이 회사의 경쟁력은 음악과 음악 교육에 대한 풍부한 이해다. 피아니스트 겸 사운드 엔지니어인 최보람 대표와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인 로렌스 제너 대표가 차세대 음악 교육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평생 음악에 매진했던 전문성과 수년간의 교육 현장을 통해 얻은 경험, 그리고 다학제적 접근으로 체득한 유연함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다. 

 

싱키를 이끌어 가는 최보람(왼쪽)‧로렌스 제너 공동대표
싱키를 이끌어 가는 최보람(왼쪽)‧로렌스 제너 공동대표

| 음악가에서 창업가로…위기의 순간 발동한 ‘혁신’ 본능

“처음에는 그러다가 말 줄 알았어요. 그저 버티면 되겠지…하다 보니 계절 하나가 슝 바뀌더라고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었죠.”

최보람 대표는 2020년의 여름을 이렇게 기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shutdown) 사태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당시 최 대표는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자신의 음악 스튜디오에서 일대일로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감염병 사태로 인해 그 길이 막막해진 것. 최 대표는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바뀌는 시기였고, 나 또한 그 흐름을 따라야 한다는 걸 직감했다”고 회상했다.

능동적인 변화가 가능했던 건 최보람 대표의 다채로운 삶 덕분이다. 태어난 나라인 스페인과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을 넘나들며 지냈고, 대학 공부는 영국에서 마쳤다. 변화무쌍했던 삶을 하나로 엮어준 건 바로 음악이었다. 4살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클래식 음악을 전공했다. 영국으로 건너가선 사운드 프로덕션과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녀가 콘서트 피아니스트, 작곡가, 사운드 디자이너, 음악 교사 등의 이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다. 

그중에서도 최 대표가 가장 애착을 갖는 활동이 바로 음악 교육이었다. 유명 방송국에서 사운드 전문가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30여명 정도의 교육생들을 유지해왔던 이유다. 기존 교육 방식이 위기에 봉착하자 최 대표는 즉시 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실험에 나섰다. 

“사실 그 전에도 ‘줌’ 같은 걸 활용해서 온라인 교육을 하곤 했어요. 원거리 혹은 다른 나라 학생들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본격적인 접근이 필요했던 거죠. 프로그래밍에 능한 지인들을 총동원하여 온라인으로 레슨이 가능한 플랫폼을 기획했죠. 그게 바로 싱키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싱키 온라인 음악교실’ 플랫폼은 최 대표와 같은 음악 선생님들을 위한 툴이다. 마치 실시간 전략게임 ‘스타크래프트’를 하듯,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합동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같이 연주도 하고, 작곡도 하며 배움이 이뤄진다. 클라우드 기반 P2P(peer-to-peer network) 소프트웨어로, 최소한의 하드웨어와 낮은 인터넷 속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싱키 온라인 음악교실’ 플랫폼을 통한 교육 장면
‘싱키 온라인 음악교실’ 플랫폼을 통한 교육 장면

사실 온라인 플랫폼 개발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해서였다. 개인 레슨을 지속하려던 도구에 불과했던 것. 하지만 이 도전적인 행보가 혁신을 위한 씨앗이 되었다. 새로 개발된 플랫폼을 경험한 교육생 한 명이 통 큰 투자를 제안했고, 베이시스트 겸 작곡가면서 아티스트 멘토링에 조예가 깊은 로렌스 제너 대표가 합류하며 본격적인 창업이 이뤄졌다. 2020년 11월, 개인 레슨 용 플랫폼을 개발해 쓰기 시작한지 3개월 만의 일이다. 

자본과 자원이 보강된 덕에 플랫폼은 더욱 고도화됐다. 줌 화면이 추가되며, 손목 옆이나 위의 자세를 세부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고 메트로놈, 로케이션 같이 작곡에 필수적인 기능들도 하나둘 추가됐다. 이를 구독모델로 가다듬어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했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300명이 넘는 음악 교사들이 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그 사이 시드투자를 유치하며 스타트업으로서의 잠재력도 검증받았다. 

“오프라인 활로가 막히면서 생긴 위기가 우리에겐 새롭고 흥미로운 기회로 다가온 것 같아요. 다행히 우리에겐 큰 자산이 있었어요. 오랫동안 음악 교육을 경험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는 것이 바로 그 자산이었죠. 그게 우리가 싱키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현재 미국, 영국 등에서 300명이 넘는 음악교사들이 싱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등에서 300명이 넘는 음악교사들이 싱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 교육, 플랫폼 넘어 인공지능까지…올인원 솔루션을 위해 
올해 8월초,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K-Startup Grand Challenge’를 통해 한국에 상륙한 싱키는 현재 두 번째 스텝을 진행 중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교육 툴을 기반으로, 양질의 음악 교사와 배움이 필요한 학생들의 만남을 도모할 수 있는 ‘싱키 음악 교사 찾기’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는 기존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행보다. 교육의 질과 아동의 보호를 담보할 수 없는 온라인 교육의 문제와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커리큘럼과 피드백이 절대적인 음악 교육의 특징, 그리고 너무 비싸고 경쟁도 치열한 프리미엄 음악 교육의 한계까지 모두 고려한 솔루션인 셈이다. 

이를 위해 싱키에서는 학력과 이력이 검증된 양질의 교사들을 모으는 동시에, 이들을 통해 제대로 된 음악 교육을 받으려는 학생들을 이어주는 ‘마켓 플레이스’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미 컨서버토리(Conservatory)나 버클리 음대 등을 나온 교사들을 85명 정도 확보한 상태. 영국 대학 입학 시 음악평가로 가산점을 주는 ‘MTB Exams’과 파트너십을 맺는 등 외국 유학에 관심이 많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한 전략도 이미 마련된 상태다. 최 대표는 “현재 학부모들이 많이 보는 맘 카페 같은 곳을 통해 니즈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11월 중에 공식 론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싱키 음악 교사 찾기’는 검증된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음악 교육 매칭 플랫폼이다.
‘싱키 음악 교사 찾기’는 검증된 교사와 학생을 이어주는 음악 교육 매칭 플랫폼이다.

선생님을 위한 도구인 ‘싱키 온라인 음악 교실’과 선생님과 학생을 잇는 ‘싱키 음악 교사 찾기’가 안착하면, 오롯이 학생을 위한 툴인 ‘싱키 인공지능 연습실’도 뒤를 이을 예정이다. 앞의 두 단계의 학습 자료와 피드백을 통해 학생 스스로 연습 및 훈련을 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 환경을 만드는 게 목적이다. 

에듀테크 전성시대에 걸 맞는 아이템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는 싱키는 어느덧 투자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존재가 됐다. “프리미엄 음악 교육이라는 틈새시장을 점점 구체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투자 제안도 이어지는 상황. 최 대표는 “시드 투자 유치 후 여러 나라의 투자자들과 후속 미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사업가의 옷은 낯설기만 하다. “나를 위해 만든 교육 도구를 전 세계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쓰고 있다는 신기할 따름”이라는 너스레에는 여전히 교육자의 면모가 남아있다. 제대로 된 음악을 가르쳐보겠다는 싱키의 미션이 허투루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최근 영국에서 제일 큰 아동복지단체가 협업을 제안했어요. 음악에 꿈이 있지만 가정환경이 어려워 포기한 아이들에게 교육을 제공해주자는 내용이었죠. 창업한 이후 가장 기쁘더라고요. 우리 비즈니스가 가치 있는 쪽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으니까요. 그런 가치들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사진: 싱키(synkii)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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