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월드컵'의 전설, 경주마 '돌콩'이 돌아왔다
'두바이 월드컵'의 전설, 경주마 '돌콩'이 돌아왔다
2022.09.02 14:48 by 김주현

2014년 3월 13일 생, 구입 당시 435kg밖에 나가지 않을 정도로 왜소한 체격에 경매에서도 인기가 없던 말. 이태인 마주는 이 말에게 애틋한 마음에 강하고 끈기 있게 성장하라는 의미로 ‘돌콩(수, 미국, 8세, 레이팅132, 이태인 마주, 배대선 조교사)’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돌콩’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이태인 마주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는 경주는 바로 첫 승을 거머쥔 2016년 2세 혼합 특별경주였다. ‘돌콩’은 출발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청담도끼’, ‘지오스타’ 사이에서 거친 몸싸움에 휩쓸렸지만 이후 문세영 기수와 호흡을 맞추며 차분히 경주 전개를 이어갔다. 이후 직선주로에서 막판 추입에 나서며 깜짝 역전승을 이뤘는데 당시 결승선 200m 전부터의 주행 기록이 1등급 말들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 그게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이태인 마주는 회고했다.

‘돌콩’의 잠재력을 본 마주의 눈은 해외로 향하고 있었다. 2018년 출전한 ‘코리아컵’에서 일본의 ‘런던타운’에 이어 준우승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말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는 가능성을 봤고, 마침내 한국마사회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두바이 원정길에 나서게 됐다. 당시 주변의 만류도 있었고 장시간 비행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한국 경마를 대표하는 국가대표 마주와 경주마라는 자긍심이 이태인 마주를 움직였다.

‘돌콩’의 도전은 놀라웠다. 3번의 예선 레이스에서 6위, 3위, 1위를 기록하고 마침내 준결승격인 ‘슈퍼 새터데이(Super Saterday)’에서 3위를 기록하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 ‘돌콩’에게는 마지막 도전만이 남아 있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돌콩’을 응원하기 위해 새벽을 헤치고 모였던 팬들

2019년 3월 30일 자정이 지난 늦은 시간, 어둠이 깔린 서울경마공원에 하나둘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목적은 단 하나, 바로 경주마 ‘돌콩’을 응원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고의 경주 중 하나로 속칭 경마 월드컵이라 칭할 수 있는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우리나라 경주마 ‘돌콩’이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마사회가 마련한 새벽 응원 이벤트에 모인 팬들만 오십여 명, 아직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돌콩’의 선전을 기원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경주마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봄날 새벽에 펼쳐진 뜻밖의 장관이었다.

어느덧 날을 넘겨 31일 새벽 1시 40분, 한국 경마 최초로 두바이 월드컵 결승에 출전한 경주마 ‘돌콩’의 경주가 시작됐다. 결과는 12마리 중 11위, 결승 진출을 위해 예선, 본선을 치른 혹독한 스케줄 속에 체력의 한계가 다소 아쉬웠지만, 약 3개월간의 해외 원정에서 보여준 ‘돌콩’의 선전에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우리나라의 경주마가 세계 최고의 경주마들만 출전하는 두바이 월드컵 결승전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마에 큰 획을 남긴 의미 있는 행보였기 때문이다.

이후 ‘돌콩’은 해외 경험을 바탕으로 일취월장한 레이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 펼쳐진 ‘부산광역시장배’와 ‘KRA컵 클래식’에서 불꽃 같은 추입으로 우승을 거머쥐어 세계 최고 경주마들과 겨뤘던 클래스를 실력으로 입증했다. 당시 막강한 라이벌이었던 ‘문학치프’와 ‘청담도끼’와의 승부에서도 우위를 점할 정도로 적수가 없었다.

 

◆부상과 3년의 공백···우리 곁에 다시 돌아온 ‘돌콩’

호사다마(好事多魔), 두바이 월드컵 출전과 연이은 국내 대회 석권으로 2019년을 완벽히 마무리해 가던 ‘돌콩’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발생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랑프리’ 경주를 준비하던 ‘돌콩’은 11월 22일 왼쪽 앞다리 종자골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고 이후 경주로를 떠났다. 기약 없는 재활의 시간이 계속됐다.

수술과 재활치료, 또 다른 부상까지 겹치며 3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이제 경주마로서는 끝났다는 세간의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이태인 마주 부부의 극진한 보살핌과 20조 배대선 조교사의 세심한 관리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3년 만에 다시 ‘돌콩’이 ‘코리아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경마 팬들과 만나게 된 것이다.

이태인 마주 부부는 아침마다 당근과 콩을 갈아 만든 ‘돌콩 주스’로 건강을 챙긴다고 한다. 단순한 건강 관리 차원이 아닌 ‘돌콩’에게 간식으로 줄 당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만큼 마주의 보살핌은 세세하다 못해 절절하다. 이태인 마주는 “돌콩은 내게 마주로서 큰 명예를 주기도 했지만, 운명처럼 만나서 희망과 보람을 준 자식과도 같은 말이다. 그렇기에 꼭 회복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3년의 재활 기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돌콩’의 코리아컵 복귀전

코리아컵 출전마 중 가장 나이가 많은 8세에 1,065일 만에 경주 출전, 거기에 코리아컵은 2018, 2019 그리고 2022년까지 벌써 세 번째 도전이다. 국제 경주 코리아컵을 3번이나 그것도 연속으로 출전에 나서는 경주마는 ‘돌콩’이 처음이다. 오는 4일 ‘돌콩’은 영국, 일본, 홍콩의 우수 경주마들과 현재 국내 최강자인 ‘위너스맨’, ‘라온더파이터’, ‘행복왕자’ 등과 진검승부를 펼친다.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린 순간부터 많은 경마 팬들은 돌콩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돌아왔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복귀전을 준비하는 이태인 마주의 소감은 간결했다.

“이제 다시 경주로에 선 ‘돌콩’이 앞으로도 경주마로서 오래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살피겠다”

물론 승자와 패자가 나오겠지만 ‘돌콩’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값지다. 경주마로서는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3년의 재활 끝에 국제 경주에 도전한다는 것만으로도 ‘돌콩’은 이미 코리아컵의 진정한 승자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다시 부상을 극복하고 출발선 앞에 선 ‘돌콩’의 위대한 도전은 한국 경마 100년을 맞은 2022년, 코로나19를 넘어 3년 만에 개최되는 코리아컵이 주는 또 하나의 감동일 것이다.

이틀 후면 서울경마공원은 화려한 축제의 공간으로 채워진다. 세계 일류의 경주마와 관계자들 그리고 많은 팬이 보는 앞에서 ‘돌콩’은 또 한 번의 기적을 선사할 수 있을까.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바깥쪽 12번 게이트를 부여받은 ‘돌콩’, 기적의 레이스를 향한 카운트다운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필자소개
김주현

안녕하세요. 김주현 기자입니다. 기업과 사람을 잇는 이야기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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